1.라플란드

핀란드 북부의 어느 숲 속.
가지가 부러질 듯 흰 눈을 가득 안고 있는 자작나무 사이로 허스키들이 모는 썰매 하나가 달려간다
채찍을 휘두르며 능숙하게 썰매를 몰고 있는 사미족 남자 뒤에 웅크리고 앉은 한 동양인,쓸쓸한
듯 무표정한 얼굴로 빠르게 멀어져 가는 풍경들을 바라보는 그는..태웅이다.
눈 쌓인 언덕길을 따라 한참 오르던 썰매가 갑자기 멈춰 선다
태웅, 무슨 일인가 의아해서 고개를 드는데 사미족 남자가 태웅을 돌아보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빠르게 뭐라고 지껄여댄다. 태웅, 알아듣지 못해 곤혹스럽게 보는데 안되겠다는 듯 손가락을 들어
앞을 가리키는 사미족 남자.

남자           라플란드! 라플란드!

태웅,썰매에서 일어나 남자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는데 ...언덕 아래. 자작나무 숲에 감추어져
보이지 않았던 라플란드의 들판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경이롭게 아름다운 라플란드의 설경에
숨이 막히는 태웅.

남자           (자랑스럽다는 듯 순박하게 웃으며) 웰컴 투 더 라플란드
                 눈이 부신 듯.실눈을 뜨고 설경을 바라보는 태웅의 눈가가 서서히 젖어든다.

태웅(나레이션) 라플란드.이곳에 눈의 여왕이 살고 있다고... 그 애가 말했다.

2. 라플란드

거칠고 황량한 라플란드의 풍경들 위로

태웅(나레이션)    일년 내내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는 북쪽의 끝 라플란다. 그 가장 깊숙하고
                        추운 곳에 눈의 여왕의 궁전이 있다고 했다. 쏟아지는 눈으로 벽을 세우고
                        살을 애는 바람으로 창을 단 얼음 궁전 속에서 세상의 모든 온기를 막은 채
                        홀로 얼어있는 눈의 여왕...

무섭게 몰아쳐오는 눈보라를 맞으며 혼자 라플란드의 들판을 걸아가는 태웅의 모습

태웅(나레이션)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지만 또 가장 외로운 사람일거라고... 그래서
                         카이를 데려갈 수 밖에 없었던 거라고... 그 아이는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거칠게 몰아치던 눈보라가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잦아들고..성난 벌떼처럼 달려들던
눈송이들이 순하고 착하게 태웅의 어깨위로 내려앉는다.낭떠러지를 따라 걷다가 잠시 멈춰서
숨을 돌리는 태웅, 지평선을 바라본다.

                 
태웅(나레이션)    너도 ..눈의 여왕이 데려간 것일까?

태웅,문득 자신의 코트 자락에 내려앉는 눈송이를 본다.육각형 눈의 결정이 선명하게 살아서
보이는 눈송이.태웅, 신기한 듯 눈의 결정을 바라보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구름이
걷히고 새파란 라플란드의 하늘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처음으로 태웅의 얼굴에 희미한 미
소가 떠오른다

태웅(나레이션)   게르다는 카이를 찾기 위해 눈의 여왕이 살고 있는 라플란드에 왔다. 그리고.

                        나는..나는...
                

태웅, 미소를 지으며 다시 걸음을 재촉하는데 휘청하더니 발 아래 눈이 와장창 무너져 내린다
눈부신 햇살 속에....공중에 붕 뜬 태웅의 몸. 그런데... 태웅은 환하게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