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도에 물을 공급하는 정수장 한 곳의 수돗물에서 1살 미만 유아 섭취제한 기준치의 2배가 넘는 방사능 물질이 23일 나왔다. 불안감이 확산되자 도쿄도는 이날 밤 유아를 둔 가정에 생수를 나눠주겠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에서는 일본산 일부 식품의 수입을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도쿄도는 이날 도쿄 가쓰시카구 가나마치 정수장에서 22일과 23일 채취한 수돗물에서 각각 1㎏당 210베크렐과 190베크렐의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며 “도쿄 23구와 5개 시에선 유아에게 수돗물을 먹이는 것을 삼가라”고 발표했다. 성인 기준치인 300베크렐엔 못 미치지만 유아 기준(100베크렐)으론 2배 안팎이라, 분유를 탈 때 사용하지 말라는 권고다.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는 “건강에 영향은 없고 생활용수로 쓰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이날 도쿄도의 각 상점이 생수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등 불안감은 커졌다. 급기야 도쿄도는 이날 밤 유아가 있는 가정에 24일 500㎖들이 생수 24만병을 배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바라키현 히타치오타시도 이날 정수장 수돗물에서 유아 섭취제한 기준치를 웃도는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히고, 도쿄도와 같은 조처를 취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현과 이바라키현에서 생산된 채소 11개 품목에서도 잠정기준치의 최고 164배 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며 이들 채소를 먹지 말라고 권고했다고 <엔에이치케이>(NHK)가 전했다.

외국에선 일본산 식품 수입을 제한하거나 검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22일(현지시각)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후쿠시마·이바라키·도치기·군마현 4곳에서 생산되는 우유와 채소, 신선식품에 대해 수입 중단 조처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프랑스는 유럽연합(EU) 차원에서 미국과 같은 수입 규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만은 자국 어선들에 후쿠시마 인근 일본 해역에서 조업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정부는 23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제1차 식품안전정책위원회를 열어, 일본산 식품의 심각한 오염이 우려될 경우 수입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다만 방사능 물질에 오염되지 않은 지역에서 채취·생산·제조했다는 일본 정부의 ‘비오염 증명서’를 제출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수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인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후쿠시마 원전발 방사능은 북반구 전체로 번지고 있다. 아이슬란드 방사능안전당국은 이날 “레이캬비크에 있는 방사능 모니터 센터에서 지난 주말 미량의 방사성 물질 요오드131이 검출됐다”며 “일본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