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유민주당이 김창룡 경찰청장의 최근 독도 방문과 관련해 대응조치를 검토할 팀을 설치하기로 했다.

2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내 정책 입안 조직인 외교부회와 외교조사회는 전날 합동회의에서 김 청장이 지난 16일 독도를 방문한 것에 맞서 취할 조치, 즉 ‘대항조치’를 검토할 팀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대항조치는 사실상 보복조치를 의미한다.

독도 경비 총책임자인 김 청장은 지난 16일 헬기를 이용해 독도와 울릉도를 방문,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대원들을 격려했다. 치안총감인 경찰청장이 독도를 방문한 것은 2009년 강희락 당시 경찰청장 이후 12년만이었다.

사토 마사히사 자민당 외교부회 회장. /마이니치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한국 정부에 외교 채널로 항의했다. 지난 17일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예정됐던 한·미·일 3국 외교차관 공동 기자회견에 일방적으로 불참을 통보했다. 이같은 외교적 결례는 번번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해온 일본으로서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자민당 외교부회와 외교조사회는 여전히 “불충분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는 “합동회의에서 구체적 대응안으로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까지 거론됐다”며 두 조직이 관련 논의를 마치는 대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에게 전달해 정책에 반영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자민당 외교부회는 지난 1월 일제 강점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서울중앙지법 판결이 나왔을 때도 모테기 도시미쓰 당시 외무상에게 ICJ 제소와 일본 내 한국 자산 동결, 금융제재 등의 대항조치를 검토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2021년 9월 2일 경상북도 울릉군 독도 인근 해상을 경비함정 한 척이 지나고 있다.
일본 내 ICJ 제소 움직임은 그동안에도 있어왔다. 그러나 ICJ의 강제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 정부의 거절에 따라 재판으로 이어진 적은 없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지난 2012년 8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했을 때도 “국제법에 따라 냉정·공정·평화적인 방법으로 분쟁을 해결하자”며 우리 측에 ICJ 제소를 ‘제안’하는 데 그쳤었다.

때문에 김 청장의 독도 방문을 둘러싼 이번 반발은 국제 여론을 환기하기 위한 시도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한국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독도를 이슈화해 분쟁 지역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실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현(現) 일본 총리는 자민당 총재 후보 시절 “종래부터 ICJ 제소를 몇 번인가 시도한 적 있다. 상대방(한국)이 응하지 않아 재판으로는 가지 않았다”며 “그래도 이런 행동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미국은 한·일 어느 쪽의 편도 들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이날 미국의소리(VOA)에 ‘독도 영유권 분쟁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로비에 넘어간 미국에 책임이 있다’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과 관련, “미국은 리앙쿠르 암초의 영유권과 관련해 어떤 입장도 취하지 않는다”며 " 한국과 일본이 해결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 지명위원회는 지난 1977년부터 독도를 ‘리앙쿠르 암초’로 부르고 있다. 국무부 등 주요 행정 부처도 공식 문서에서 독도나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기)라는 지명이 아닌 리앙쿠르 암초라는 중립적인 명칭을 사용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