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 아사히신문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9월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을 ‘좋아한다’는 의견은 13%, ‘싫어한다’는 29%, ‘어느 쪽도 아니다’는 56%로 나타났다.
18~29세는 좋아한다는 의견이 23%로 싫어한다는 13%보다 높았지만 연령이 높아질수록 싫어한다는 비율이 높아져 70세 이상에서는 41%가 한국을 싫어한다고 답했다.
반년이 넘게 계속되는 한일 간의 무역마찰과 일본인들의 지독한 혐한의식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한일 역사인식 문제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동시에 고베대학 대학원 국제협력연구과에 재직 중인 기무라 칸(木村 幹) 교수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혐한’이라는 발언이 주목을 받은 지 10년 이상이 흘렀습니다. 그 간의 변화라면 공격대상이 좁혀졌다는 점을 들 수 있겠죠.
이전에는 중국과 북한, 한국의 3개국이 ‘반일 트라이앵글’이라고 불렸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국력이 강해져 (일본 측의) 공격이 사라졌습니다. 북한도 ‘일본이 때리면 상대방이 꺾인다’는 예상이 빗나가면서 효과가 없다는 걸 깨닫고 잠잠해졌지요.
(공격대상에) 한국만이 남게 된 것은 ‘일본이 때리면 꺾일 것’이라는 생각이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을 업신여기는 발언 뒤에 내재된 것은 일본은 선진국이라고 자부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중국에 역전당하며 아시아 최대의 경제대국이라는 지위를 잃은 일본에게 있어 더는 역전당하기 싫은 대표국가가 한국이 된 것이죠.
하지만 한국은 이제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입니다. G20의 멤버이고 OECD에 가맹한지도 벌써 23년이 흘렀습니다. 군사비와 1인당 GDP에서도 일본은 머지않아 한국에 뒤쳐질 것이 분명하죠.
예전에는 한국의 대외무역액의 40% 가까이를 일본이 차지하던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7% 전후로 줄어들었습니다. 한국에 있어 일본의 존재감이 옅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한국은 일본을 견제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한국은 없어진지 오래입니다.
올 여름 새로운 혐한발언으로 단교하라는 주장이 대두되었지만 여기에는 지금까지 기대했던 ‘한국이 사과하면 재교섭에 응한다’는 시나리오가 없어졌습니다. 단순히 때려서 한국을 굴복시킬 수 없는 현실을 일본사회가 깨닫기 시작한 증거라고도 할 수 있겠죠.
강하게 나가면 어떻게든 된다고 생각해 자신의 힘의 한계를 깨닫지 못하는 면은 물론 한국 측에도 있습니다. 지금은 한일쌍방이 새로운 관계를 학습해가는 과정입니다. ‘한국은 영문을 알 수 없는 나라’라는 말을 면죄부로 자신(=일본)의 부족함을 정당화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역사문제를 둘러싼 대립은 한국만으로는 결코 끝나지 않을 겁니다. 대만과 필리핀, 베트남 등도 국력을 키워감에 따라 일본에 권리를 주장해올 겁니다. 만약 한국과의 문제해결에 실패한다면 앞으로도 (다른 국가와의) 마찰은 계속될 것입니다. 한일관계를 역사문제에 종지부를 찍는 계기라고 생각하고 (미래에 있을) 아시아 국가들과의 문제해결을 위한 모델로 만들어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면하고 단념할 것은 단념하는 작업을 한국과 일본이 함께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로간의 대화로 진행이 어렵다면 국제적인 사법(司法)의 장에 나가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법률적인 의론에서는 서로가 가진 카드가 무엇인지 알 수 있고 나와 다른 이의 실상을 인식하기 쉽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극단적인 언행을 일삼는 이들만이 앞으로 나서는 요즘일수록 이처럼 객관적으로 사태를 직시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의논할 수 있는 한일 전문가들의 발언이 더 많은 빛을 보길 바라는 것은 일본 국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