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해 국가적으로 사죄하고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 그리고 많은 일본인 개인이 이를 인정하지 않거나 무관심한 이유는 정치적, 교육적, 그리고 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주요 원인을 정리해 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전후 처리 과정의 차이 (독일과의 비교)

독일과 일본은 모두 패전국이었지만, 전후 처리 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 독일: 나치 세력을 철저히 해체하고 처벌했습니다. 특히 독일인들은 나치를 "자신들과 분리된 악"으로 규정하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 일본: 미국 중심의 연합군은 냉전이 시작되자 일본을 반공 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천황 체제를 유지시키고, 많은 전범(기시 노부스케 등)을 복권시켜 다시 정치권의 주류로 만들었습니다. 이들이 현재 일본 자민당의 뿌리가 되었기 때문에, 과거사를 인정하는 것은 곧 자신들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일이 됩니다.

2. "침략자"가 아닌 "피해자" 중심의 역사 교육

일본의 의무 교육 과정에서는 전쟁의 원인과 가해 사실보다는 전쟁의 참상과 일본의 피해를 강조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 매년 대대적인 추모식을 열며 일본을 "세계 유일의 원폭 피해국"으로 각인시킵니다.

• 도쿄 대공습: 민간인들이 겪은 고통을 강조하며 전쟁은 그저 "누구나 겪은 불행한 사건"으로 치부됩니다.

• 교과서 왜곡: "침략(Invasion)"을 "진출(Advancement)"로 표현하거나, 위안부 및 강제징용 문제를 축소·삭제하여 젊은 세대는 구체적인 가해 사실을 배울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3. 문화적 특성: "수치의 문화"와 "메이와쿠(민폐)"

사회심리학적으로 일본의 **"체면(Save face)"**을 중시하는 문화가 영향을 미칩니다.

• 과거의 잘못을 구체적으로 들추어내는 것을 "공동체에 누를 끼치는 행위(메이와쿠)"나 "조상에 대한 불효"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 또한 일본어의 특성상 "전쟁은 나쁘다"와 같이 주어가 모호한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데, 이는 전쟁을 특정 주체가 일으킨 범죄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자연재해처럼 인식하게 만듭니다.

4. 정치적 의도: "보통국가화" 전략

현재 일본의 보수 우익 정치권은 일본을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보통국가)"로 만들고 싶어 합니다.

• 이를 위해서는 과거의 일본이 "범죄 국가"가 아니라 "아시아를 서구로부터 해방시키려 했던 국가"라는 명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역사 수정주의를 통해 과거를 미화하려는 시도가 계속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일본인 개개인이 나쁘다기보다, 가해의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 교육 시스템과 권력을 유지하려는 정치 세력의 역사 왜곡이 일본 사회 전반에 "우리는 충분히 사과했고, 이제는 피해자로서의 아픔을 기억해야 한다"는 왜곡된 인식을 뿌리내리게 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