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AI 시대에도 남는 인간의 영역

8장. 인간의 창의성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AI 시대에 창의성은 자주 언급되지만, 동시에 가장 오해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많은 담론은 창의성을 타고난 재능이나 예술적 감각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노동시장과 사회 구조의 관점에서 볼 때, 창의성은 훨씬 현실적인 개념이다.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창의성은 ‘새로움’ 그 자체가 아니라, 맥락 속에서 문제를 재정의하는 능력이다.

창의성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문제 설정 능력이다

AI는 이미 수많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낸다.
텍스트, 이미지, 음악, 코드까지 생성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결과물들은 대부분 주어진 문제 안에서의 조합이다.

반면 인간의 창의성은 문제를 새롭게 설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 무엇이 문제인가

• 이 문제를 왜 지금 해결해야 하는가

• 어떤 관점이 배제되어 있는가

이 질문을 던지는 능력은 데이터로부터 직접 도출되지 않는다. 사회적 맥락, 경험, 이해관계에 대한 해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창의성은 기술적 능력이 아니라 사회적 해석 능력에 가깝다.

경험의 축적이 창의성을 만든다

인간의 창의성은 단절된 순간에 발생하지 않는다.
그것은 경험의 축적과 충돌 속에서 형성된다.

서로 다른 역할을 경험한 사람,
실패와 성공을 모두 겪은 사람,
현장과 제도의 간극을 이해하는 사람은
같은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본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지만, 삶을 경험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AI의 결과물은 평균적일 수는 있어도, 상황에 특화된 해석에는 한계가 있다.

창의성은 규칙을 깨는 것이 아니라 규칙을 조정하는 능력이다

창의성은 흔히 규칙을 무시하는 것으로 오해된다. 그러나 실제 사회에서 요구되는 창의성은 규칙을 파괴하는 능력이 아니라, 규칙을 조정하고 재배치하는 능력이다.

정책, 조직, 시장은 모두 규칙 위에서 작동한다. 이 규칙들이 충돌하거나 시대에 맞지 않을 때, 새로운 해석과 조정이 필요해진다. 이 역할은 자동화되기 어렵다.

예를 들어 기존 제도가 현실과 맞지 않을 때,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설계하는 과정은 창의성의 전형적인 형태다. 이는 계산이 아니라 판단과 설득의 영역이다.

AI와 인간의 창의성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AI의 등장은 인간 창의성의 종말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창의성의 기준을 재정의한다.

AI는 실행과 생성의 비용을 급격히 낮춘다. 그 결과 단순한 아이디어 제시는 더 이상 희소하지 않다. 대신 아이디어를 어디에, 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이 변화는 창의성을 일부 전문가의 전유물에서, 사회 전반의 필수 역량으로 이동시킨다.

시사점: 창의성은 역할 이동의 핵심 자산이다

AI 시대에 창의성은 특정 직업군만의 경쟁력이 아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역할에서 핵심 자산이 된다.

• 기존 업무를 재구성하는 사람

• 기술과 현장을 연결하는 사람

• 문제를 설명 가능한 형태로 바꾸는 사람

이 역할들은 자동화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왜냐하면 이들은 정답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정답의 조건을 만드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정리

AI가 확산될수록 인간의 창의성은 줄어들지 않는다.
다만 창의성의 의미는 바뀐다.

• 아이디어 생산 → 문제 정의

• 개인 재능 → 경험 기반 해석

• 예외적 능력 → 사회적 역할

이 변화 속에서 인간의 창의성은
AI 시대에도 분명한 위치를 차지한다.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인간의 역할이 실제 노동시장에서는 어떻게 ‘차별화’로 작동하는지, 즉 AI가 능력을 평준화하는 환경에서 인간이 어떻게 차이를 만들어내는지를 살펴본다.

📌 장 요약

• 창의성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문제 설정 능력

• 경험과 맥락이 창의성의 핵심 자원

• AI는 창의성을 대체하지 않고 기준을 바꿈

• 창의성은 역할 이동의 핵심 자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