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과거사 인식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는 단순히 "개별적인 악의"라기보다, 일본 특유의 **종교적 세계관(신도)**과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결합된 복합적인 현상입니다.

그들이 "전범 의식을 느끼지 않고 참배하는 심리"의 이면에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배경이 있습니다.

1. 일본의 사생관: "죽으면 모두 신이 된다"

일본 신도(神道)의 핵심 개념 중 하나는 **"원령 신앙"**과 **"사후 정화"**입니다.

• 죄의 소멸: 사람이 죽으면 그가 살아생전 어떤 죄를 지었든 상관없이, 죽음이라는 과정을 통해 깨끗해지고 "조상신"이나 "수호신"이 된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 야스쿠니의 논리: "전쟁터에서 천황을 위해 죽은 영령은 모두 신이다"라는 논리가 작동합니다. 이 체계 안에서는 전범(A급 전범 포함) 또한 "나라를 위해 희생한 신"으로 세탁됩니다. 따라서 참배객들은 "범죄자"에게 절하는 것이 아니라 "신"에게 절한다고 믿는 것입니다.

2. "수치 문화(Shame Culture)"와 집단 정체성

루스 베네딕트가 《국화와 칼》에서 분석했듯, 일본은 절대적 선악을 따지는 "죄의 문화"보다 타인의 시선을 중시하는 **"수치의 문화"**가 강합니다.

• 집단의 정당화: 일본 사회 내에서 과거의 잘못을 강하게 부정하거나 사죄하는 것은 오히려 "자국을 욕보이는 수치스러운 행위"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 역사 교육의 공백: 전후 세대는 전범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비인간적인 행위를 했는지 교육받기보다, 일본이 서구 열강으로부터 아시아를 지키려 했다거나 전쟁의 "피해자(원폭 투하 등)"였다는 서사를 더 많이 접하며 자랍니다.

3. 영적 재탄생을 가로막는 "정치적 결속"

일본 내 우익 세력에게 야스쿠니 참배는 영적인 행위를 넘어 정치적 결집의 상징입니다.

• 국가주의의 구심점: "과거의 일본이 틀리지 않았다"고 믿어야만 현재의 일본 체제가 정당성을 얻는다고 생각하는 세력이 존재합니다.

• 심리적 방어기제: 만약 전범의 잘못을 온전히 인정한다면, 자신들의 조상과 국가 정체성 전체가 "범죄 집단"이 되는 고통을 감내해야 합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 뇌와 심리가 **"선택적 망각"**과 **"의례적 정당화"**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4. 뇌과학적 관점에서의 고착화

앞서 언급했듯, 특정 집단(우익 또는 극단적 민족주의) 내에서 수십 년간 같은 논리를 반복 학습하면, 뇌의 전두엽(판단/공감) 기능이 특정 정보(과거사 반성)에 대해서만 폐쇄적으로 작동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그들이 야스쿠니를 참배하는 것은 "나는 죄인에게 절한다"는 의식이 아니라, "우리 조상(신)에게 예의를 갖춘다"는 왜곡된 종교적·정치적 필터가 씌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 필터를 깨는 것이 "영적 재탄생"만큼이나 어려운 이유는, 그것이 개인의 신념을 넘어 일본이라는 공동체의 시스템과 깊게 유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