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동료, 우정과 신뢰
진짜 적이 비웃고 있다.

조용히 다가오는 검은 덫, 눈치를 챘을 때는 이미 늦다. 나비가 거미줄에 걸리는 것처럼 눈치를 챘을 때는 이미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가 되어 어떻게 손을 써볼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 홍해아는 그런 덫에 발을 들이기 일보직전에 있다.
홍해아를 삼장 일행의 적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런 것은 지금까지 그가 등장했던 에피소드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2화에서는 삼장과 사전 모의도 없이 호흡을 딱 맞추어 싸웠고, 6화에서는 오공이 나머지 일행을 구하는 데에 협조해 주었다. 그리고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해 오공이 “빛을 졌다”고 밝게 말하자, 홍해아는 흐뭇한 듯이 미소를 지어주기까지 했다. 그러니까 홍해아와 삼장 일행간에는 분명히 “신뢰”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관계에 제3자가 개입하려 한다. 뒤에서 이들을 조종하려 드는 제3자에게 홍해아는 단순히 이용해먹기 좋은 호구에 불과했다. 그리고 홍해아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자기 멋대로 그의 운명을 뒤틀어 놓으려 한다.
삼장 일행을 홍해아에게 무슨 복잡한 사정이 생겼다는 것 정도는 분명히 알고 있다. 하지만 어차피 적과 동료, 홍해아와는 언젠가 목숨을 걸고 싸울 날이 올 것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우정과 비슷한 감정을 품고 있는 상대에게 일어난 “사건”은 삼장 일행에게, 특히 그동안 홍해아와의 대결을 흥분된 마음으로 즐겨왔던 오공에게는 잔인한 현실로 비춰질 것임에 틀림없다.
서서히 뻗혀오는 보이지 않는 적의 손,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홍해아도 가볍게 써먹다 버릴 것인가, 영악한 적은 지금도 그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