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평생 비혼으로 남는 현상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구조적 불안정성과 가치관 변화에 기인한 합리적 선택이다.

과거에는 결혼이 안정적인 삶과 사회적 인정, 가족 형성을 위한 필수 경로로 여겨졌지만, 오늘날 많은 남성들은 결혼을 더 이상 필요하거나 바람직한 제도로 인식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부담이다. 비정규직, 저소득, 주거 불안 등으로 인해 남성들은 결혼과 육아를 감당할 여력이 없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결혼에 대한 동기를 약화시킨다.

또한, 전통적인 ‘가장의 역할’이 여전히 강하게 요구되지만, 그에 대한 사회적 보상은 거의 사라졌다. 결혼은 오히려 희생과 책임, 감정적 소진을 동반하는 제도로 인식되며,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을 침해하는 구속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여기에 연애와 결혼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성 간 갈등, 법적 리스크, 사회적 기대와 책임의 불균형은 남성들로 하여금 결혼 자체를 회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편, 기술 발전과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혼자 사는 삶의 질이 과거보다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으며,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대체 경로도 마련되어 있다.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만족스럽고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더불어, 기후위기·전쟁·경제난 속에서 자녀를 낳아 기르는 것에 대한 회의감 역시 결혼 기피의 한 축을 이룬다.

이러한 흐름은 단지 남성 개개인의 책임이나 결단의 문제가 아니라, 변화한 사회 구조와 현실 조건 속에서 생겨난 합리적 생존 전략이다. 남성의 비혼은 단순한 기피가 아니라, 낡은 제도에 대한 불신과 더 나은 삶의 방식에 대한 탐색의 결과로 해석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