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0년 동안 일본은 중앙집권적인 통합 국가가 없었다
‘덴노’와 ‘쇼군’이 형식적으로 전 국토를 지배하였으나
각 지역을 실직적으로 다스리고 있던 것은 ‘다이묘’였다
즉 다른 국가들 처럼 중앙정부가 지방을 다스릴 관리를 파견하는 것이 아니라
옛부터 그 지역을 다스려온 가문이 영주권을 독점적으로 세속하는 형식으로 유지되는 것이다
때문에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지역을 지배하는 영주에 대한 충성심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
이미 강력하게 정해져있는 지배 세력을 교체하는 것은 너무 위험했기 때문에
일본의 영민들은 자신들의 그 작은 세계에서 ‘자신에게 알맞은 자리’를 찾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끝까지 해내는 것으로 자신의 안전을 도모해야 했던 것이다
더 높은 곳을 꿈꾸기 보다 주어진 생활에 만족하며
가문 대대로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키우는 일본 특유의 장인 문화는 여기서 발생한 것이며
부당한 질서를 타파하거나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꺼리는 현재 일본인들의 성향도 바로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7세기나 무사들에 의한 무력 지배가 이어지고
위계질서가 강력하게 정해진 일본에서 ‘평판’을 잃는 다는 것은 그들에게 곧 생존으로 까지 직결되는 문제였다
그리고 거기에는 자신의 생존 뿐 아니라 가문 전체의 생존이 걸려있었다.
때문에 일본인들은 어떤 고난과 유혹이 있어도
상류층이 배출어준 ‘은덕’에 보답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증명해야만 했다.
이런 생활양식은 영주를 직접 모시는 사무라이들에게 더욱 엄격하게 적용되었지만
일반적인 서민들도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생존을 도모해야 했다.
그러니 타국의 시선에서 일본이 과격하게 자신들의 평판에害가 되는 역사를 지나치게 부정하는 것
바로 그 평판 하나에 자신과 가족의 목숨이 걸려있는 역사가 700백년이나 지속되며
일본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사적 흐름 때문에 충성심과 평판을 최고 가치로 생각하는 일본의 세계관은 지금까지도 내려오고 있다
문제는 그들이 이러한 독특한 세계관을 외부세계에 까지 적용하려 할 때 발생하게 된다
일본 제국이 다른 아시아의 국가들을 침략할 때 내세웠던 논리가
일본을 중심으로 ‘각자가 알맞은 자리를 지켜야 모두가 안전할 수 있다’라는 주장을 담은 ‘대동아공영권’ 이였다
강력한 위계질서와 그에 따른 상층부에 대한 절대복종
이 법칙을 지켜야 모두에게 안전한 질서가 잡힌다는 그 세계관은
종종 일본과 한국사이에 벌어지는 외교문제의 핵심적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